넷플릭스 한국 10년 동안 한국 창작자와 제작진 중심으로 변화한 K콘텐츠 전략을 표현한 메인 이미지

넷플릭스 한국 10년, 왜 이제 ‘작품’보다 ‘크리에이터’를 앞세우나|K콘텐츠 전략이 바뀐 7가지 이유

넷플릭스 한국 10년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징어 게임’, ‘킹덤’, ‘더 글로리’ 같은 작품들이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전면에 내세운 메시지는 조금 달랐다. 흥행작 목록보다 감독과 작가, 제작사, 후반작업 스태프, 현지화 파트너 등 한국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을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왜 지금 ‘무슨 작품이 성공했는가’보다 ‘누가 그 작품을 만들었는가’를 강조하고 있을까.

단순한 10주년 기념 메시지가 아니라 앞으로 K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하고 키울 것인지 보여주는 전략 변화라는 관점에서 7가지 이유를 살펴본다.

1. 넷플릭스 한국 10년의 핵심 자산은 작품 목록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10년 동안 수많은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고, 그중 일부는 전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작품은 결국 한 편씩 끝난다.

다음 흥행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작가와 감독, 배우, 제작사와 기술 스태프가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10주년 공식 발표에서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한 지난 10년**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80개 이상의 제작사와 협업하며 200편 이상의 작품을 제작 또는 공동 제작했고, 제작 과정에는 2만 5천 명 이상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했다.

결국 넷플릭스가 확보한 것은 200편의 콘텐츠만이 아니다.

그 콘텐츠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제작 경험과 사람들의 네트워크까지 함께 축적한 것이다.

2. 신인 감독과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이유

가장 눈에 띄는 수치 중 하나는 최근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신인 창작자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작품 3편 중 1편 이상이 신인 감독이나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사람을 발굴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유명 감독과 작가만 계속 데려오면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작품을 만들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이름에만 의존하면 몇 년 뒤 새로운 히트작을 만들어낼 인력풀이 좁아진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신인을 발굴한다는 것은 미래의 감독과 작가를 미리 확보하는 투자에 가깝다.

오늘의 신인 감독이 몇 년 뒤 새로운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새 얼굴을 쓰는 것’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창작자가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3. 한국적인 이야기를 바꾸기보다 더 넓게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해외 시청자를 의식해 한국적인 요소를 줄이거나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만 만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대표적인 성공작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오징어 게임’처럼 매우 한국적인 놀이와 사회적 배경을 사용한 작품도 세계적으로 소비됐다.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공개한 **한국과 함께 쓴 10년의 스토리텔링**에서도 좋은 이야기는 어디에서든 만들어질 수 있고 세계 어디에서든 사랑받을 수 있다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는 창작자가 해외 취향에 맞춰 이야기를 바꾸는 것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플랫폼의 역할도 달라진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답을 주는 곳보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세계 시청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곳에 가까워진다.

넷플릭스 한국 10년 동안 신인 감독과 작가, 촬영 스태프가 함께 K콘텐츠를 제작하는 현장 이미지

4. 이제 K콘텐츠 경쟁력은 촬영 현장 밖에서도 만들어진다

한 편의 글로벌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감독과 배우만이 아니다.

색보정, 음향, VFX, 자막, 더빙, 화면해설 등 수많은 과정이 작품의 완성도와 글로벌 확장성을 결정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제작 현장에서 새로운 촬영 기술과 후반작업 기준을 적용하면서 관련 인력과 협업해왔다.

특히 글로벌 공개에서 중요한 것이 현지화다.

현재 넷플릭스는 전 세계 122개의 현지화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119개의 더빙 스튜디오와 자막 전문 파트너가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세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국가의 시청자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언어와 감정까지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은 배우의 인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화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제작 기술과 현지화 인력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움직여야 한다.

5. 6,500명 교육은 단순한 사회공헌으로 보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프로덕션 역량 강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6,500명 이상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인재 교육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장기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콘텐츠 제작량이 늘어나는데 숙련된 촬영·조명·VFX·프로덕션 인력이 부족하면 제작비가 올라가고 품질 관리도 어려워진다.

결국 더 많은 작품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 현장의 인력층 자체가 두꺼워져야 한다.

현재 작품 하나를 만드는 사람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뒤 더 큰 작품을 맡을 사람까지 키우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 투자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라기보다 장기간 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기반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6. 한국 작품의 성공이 아니라 ‘다음 작품이 계속 나오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넷플릭스 회원의 약 80%가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고, 글로벌 톱10 집계가 시작된 2021년 이후 200편 이상의 한국 작품이 글로벌 톱10에 진입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콘텐츠 한 편이 해외에서 성공하는지가 더 이상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매년 새로운 작품이 계속 나오고, 그 가운데 다시 새로운 글로벌 히트작이 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감독 한 명, 배우 한 명, 특정 제작사 한 곳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여러 제작사가 새로운 감독과 작가를 발굴하고, 제작 현장의 기술 인력까지 함께 성장해야 작품 공급을 지속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가 작품보다 창작자를 앞세우기 시작한 이유가 더 선명해진다.

흥행작은 결과지만 창작 생태계는 다음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한국 10년 동안 촬영·VFX·색보정·사운드·자막·더빙 인력이 함께 만드는 K콘텐츠 제작 생태계 이미지

7. 결국 넷플릭스가 원하는 것은 ‘다음 오징어 게임’ 한 편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이라면 당연히 또 하나의 ‘오징어 게임’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대형 히트작이 어떤 작품이 될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하나의 작품을 골라 성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넓히는 것이다.

신인 감독에게 첫 작품을 맡기고, 제작사와 장기적으로 협업하고, 현장 인력을 교육하고, 자막과 더빙을 통해 세계 시청자에게 연결하는 과정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넷플릭스가 한국 10주년에 작품의 성과만 나열하지 않고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10년 전에는 “넷플릭스에서 어떤 한국 작품을 볼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한국에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작품보다 사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유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 않다.

더 어려운 문제는 그 성공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다.

작품 하나가 크게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까지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새로운 감독과 작가가 계속 등장하고, 여러 제작사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현장 인력이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성공 가능성은 계속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 한국 10년의 다음 단계는 콘텐츠 확보 경쟁에서 창작 생태계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K ENTER에서 앞서 살펴본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 넷플잔치, 왜 지금 신작을 한꺼번에 공개하나|10월 24·25일 라인업 7가지가 넷플릭스의 다음 작품 전략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낼 사람과 제작 구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다음 10년의 승부는 ‘누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다

넷플릭스 한국 10년을 흥행작 숫자로만 정리하면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킹덤’ 같은 제목이 먼저 남는다.

하지만 플랫폼 입장에서 더 가치 있는 것은 그 작품들이 사라진 뒤에도 다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점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콘텐츠를 세계에 보여줬다.

앞으로의 10년에는 그보다 한 단계 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익숙한 감독과 스타만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창작자가 계속 등장하고, 한국적인 이야기가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K콘텐츠의 다음 경쟁은 단순히 어떤 작품이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다.

누가 다음 이야기를 만들 기회를 얻고, 그 사람이 다시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느냐.

넷플릭스가 10주년을 맞아 작품보다 창작자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그 질문과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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